에시 2021. 10. 13. 21:59

영끌로 내집 마련 - 등기 치기

솔직히 꽤 오래전이라 기억이 좀 안 난다.

 

 

등기 치는 날은 평일 오전이었다.

이제는 낯설지만 어딘가 지리가 익숙해진 그 동네로 찾아가,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들어가 앉았다.

 

들어가서 좀 기다리니까

법무통으로 구한 법무사 분이 90도로 인사하시며 들어오고,

핸드폰을 손에 들고 은행 대출을 실행해주실 분이 들어왔다.

 

찬 바람이 쑥 들어오는 아침나절

우리가 기다리던 매도인 부부까지 함께 들어오자,

마침내 삼자대면처럼 원형 테이블에 앉아서 계약서를 보며 잔금을 치르기 시작했다.

 

법무사 분은 내가 드린 서류를 쓱쓱 보시더니

매도인한테서도 서류를 받아가지고 쓱쓱 체크했다.

떼지 말라는 그 등기부등본 스티커도 거기서 떼고,

내 인감도 가져가서 여기저기에 또 도장을 찍었다.

 

셀프등기를 했다면 좀 더 자세하게 알아봤을 테지만

은행 대출도 껴있고 첫 등기라 그래도 법무통에 맡긴 거였는데,

심리적으로 안정이 돼서 좋았다.

 

나중에 중개사가 우리가 뭐 이거 안 해주면 등기 못 치는 거라고,

법무사가 온다 해놓고 안 오면 어쩌려고 인터넷에서 법무사 찾았냐고 해서.

결과적으로 법무사에 맡긴 건 잘한 결정이었던 듯하다.

(내가 무지해서 그렇지 그래도 좀 배우면 셀프등기도 하려면 할 수는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고 법무사가 OK 사인을 내면,

핸드폰으로 은행 어플 보고 있던 사람이 대출금을 이체해준다.

(이때 뭐 수수료라고 해서 돈을 얼마 빼간다. 나중에 보니까 방공제 관련 보증보험? 인 MCG 수수료 였던 거 같다.)

이제 대출금을 뺀 남은 잔금을 내가 계좌이체하면 되었다.

 

계좌 번호 틀릴 까 봐 손가락 떨면서,

내가 소중하게 모아 온 돈을 한 번에 매도인에게 이체했다.

 

나름 직장 다니면서 만들어놓은 내 뒷배였는데..

순식간에 텅장이 돼버렸다.

 

매도인은 돈 잘 들어왔다고 확인해주고,

이제 끝난 거냐며 묻더니 끝났다 하자 가보겠다고 하면서 순식간에 자리를 떴다.

(중간에 장기수선충당금이나 관리비 정산을 체크하는 과정도 있었는데

이건 비중 있게 중요한 게 아니라서 생략한다)

 

엄마와 나는 법무사도 은행 대출 실행인도 자리를 떠난 즈음에까지도

쉽게 자리를 일어나지 못했다.

이게 끝이라니, 너무 허무하면서 이게 단가 싶어서였다.

돈만 있으면 맘먹고 집 사는 게 이렇게 쉽구나.

 

 

들어갈 땐 오전 11시쯤이었던 거 같은데

나오니까 금방 점심시간인가 오후였다.

 

원래는 이 날 집 비밀번호 받고 나서 이사를 하고 뭘 하고 했을 텐데

나는 내 집에서 독립하는 거라 굳이 그러진 않았고,

밥을 먹고 나서 집으로 같이 돌아갔다.

 

그러던 중 오후 2시쯤에 법무사가 등기 신청을 완료했다고 문자를 보내줬고,

법무통 수수료까지 입금해서 드리니 이제 완전히 끝이 났다.

 

 

이 날 중개사무소를 나오면서 맞았던 상쾌한 바람이 잊히지 않는다.

근데 난 이 날 알았어야 했다.

어설픈 반셀프 인테리어는 진짜 힘들고 이제부터 돈 나갈 일만 남았다는 걸...(먼산)

 

 

다음 글에서 계속 적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