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작성 후 중도금 넣기 까지 겪는 초조함
진짜 뭐에 홀린 듯이 가계약금을 넣고 나서,
계약일에 맞춰 계약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에 있던 적금과 예금을 깼다.
그 와중에 정부 정책은 또 새롭게 발표되고
사방에서 부동산 뉴스로 난리였다.
가계약금을 취소할까? 말까?
아니 그쪽에서 취소하지 않을까?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그동안은 다시 부동산 카페를 들락거리며
내가 계약한 단지에서 새로운 계약이 발생하진 않았는지
호재는 없는지 계속 찾아봤다.
계약을 너무 쉽게 해 버려서
내 결정에 확신이 없었다.
천 원짜리 하나를 사도 이건 다이소에 있나?
이건 가성비가 얼마나 좋을까?
이것저것 재며 따지는 마당에
금액이 억에 달하는데
이렇게 쉽게 말 한마디로, 은행이체 한 건에 결정되었다는 게 현실성이 없었다.
그런 감정으로 일주일을 보내고,
매도자와 만나 계약서를 작성하는 날이 됐다.
매도자는 다주택자였는데,
아마 세금 문제로 갭 투자한 주택을 정리하는 모양이었다.
나와 매도자가 양쪽에 앉고
그 사이에서 공인중개사가 앉아서 등기부등본을 떼서 하나씩 읽어줬다.
이 단지의 이 평형이고
여기는 남향이고 계약금액은 얼마 중도금은 얼마 잔금은 얼마.
철근 콘크리트조로 구성되어있고... 어쩌고 저쩌고.
한 3장 정도를 읽어주고 등기부등본이 깨끗하다고 알려준다.
이때 나는 인감이 없었기에 계약서에 사인을 그렸다.
그리고 가계약금 외의 나머지 금액을 이체했다.
손가락 지문인식 몇 번에 몇천만 원이 그렇게 통장에서 사라졌다.
와... 그게 그렇게 허무할 수가 없더라.
가계약금 넣기 직전까지 부동산에서 수많은 고민을 하고
계약서 작성할 때까지 인터넷에서 부동산 뉴스란 뉴스는 다 살펴보며 살았는데,
실제로 계약금을 보내는 과정은 상대적으로 너무나 찰나였다.
매도자는 계약서 작성 후에 휭 나가버리고,
나와 엄마는 그 계약서를 챙겨서 부동산을 나왔다.
내 통장은 통장이 되었지만.... 계약서 한 장만으로 '이제 진짜 시작이다'라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중도금과 잔금을 준비할 차례였는데,
원래는 중도금을 꽤 큰 금액을 넣지만
내가 돈이 부족하다고 어필해서 천만 원 미만의 금액으로 중도금을 넣게 되었다.
신고가로 계약했던 나를 자책하기도 하고
부동산에서 어리숙했던 나를 돌아보면서 아 왜 그랬을까 하기도 하고...
정부 정책 이후 잠시 가라앉은 부동산 호가를 보면서
아 미쳤나 봐. 괜히 그날 계약했나 봐하기도 하고 수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계약 자체에 대한 후회는 없었지만,
그 과정에 있어서 내가 못했던 것들이 유독 마음에 쓰였다.
그렇게 한 달.
중개사의 중도금 입금 요청 문자에
중도금 입금 완료했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내자,
마침내 이 계약은 잔금만 남게 되었다.
다음 글에서 계속 적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