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는 소리

돈 문제, 정직함의 문제

에시 2021. 9. 14. 22:55

나는 어릴 때 행복했던 기억이 있냐고 물으면 말문이 막힌다.

반면에 가장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있냐고 물으면 생각나는 게 있다.

부부싸움을 하다가 아빠가 뭘 던졌고, 나는 방문을 닫고 동생과 방 한가운데에서 끌어안고 울었던 기억이다.

 

어린 시절이나 성인 때나 부모님은 항상 싸웠는데

그 정도로 무서웠던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원인은 다 돈 문제였다.

우리 집은 돈 때문에 가족 간의 신뢰를 잃었고 평화를 잃었다.

누군가가 계속 말없이 빚을 냈고

누군가는 그걸 억지로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말하지 않은 빚, 몰래 당한 사기

 

결국 뭘 하나 하려고 해도 우리는 돈, 돈부터 되는가를 먼저 생각하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귀에 인이 박혀서 살다 보니

커서도 뭐 하나 하면 돈, 돈 그냥 여유가 없이 살았다.

그나마 살 만 해진 지금도, 우리는 아직도 물건 가격 끝자리 십원 한 장 한 장까지 센다.

 

어렸을 때 유복하지 않았더라도 

누군가는 분명 이렇게 자라진 않았을 것인데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지금 와서 돌아보면 이건 정직함의 문제였다.

누군가의 정직하지 못함이 우리를 파괴하고,

신뢰를 깼고, 아무런 대응도 못하게 만들었다.

 

그저 끌려가기만 할 수밖에 없어서 분노를 삼킬 수밖에 없었다.

가족을 끊어낸다는 건 정말 고통스러운 일일 텐데,

그 누군가를 끊어내는데 아무런 감정 조차 들지 않았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그때 솔직했더라면,

체면을 생각하지 않고 좀 더 달랐더라면.